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허삼관 해혈기>는 피를 팔아서 돈을 번다는 독특한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헌혈하는 것이 아닌 피를 팔다니 끔찍한 일이지만 자식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어느 가장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재미있게 전개됩니다.
피를 안 팔아본 남자는 여자를 얻을 수 없다
"내 처음에 그 사람이 일 년이나 성 안에 가서 피를 팔지 않았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하더라구. 혹시 그 사람 몸이 성치 않은가 해서 말이야. 그래서 그 사람을 불러 식사 대접을 했지. 밥을 얼마나 먹나 보려구. 만약 큰 사발로 두 그릇을 먹는다면 그런대로 안심이고, 세 그릇을 먹어 치우면 계화는 그날로 그 집 사람이 되는 거였다고. 그런데···."(본문 16~17쪽)
위의 대화에 따르면, 피를 파는 사람은 건강합니다.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건강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도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헌혈이 아닌 자신의 피를 팔아야 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건강하든 무능하든 목숨을 팔더라도 피를 팔아야 합니다. 1995년 출간된 중국 작가 유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문화대혁명 전 후 격변기에 살아있는 피를 팔아야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던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그렸습니다. 가족을 위해 피를 파는 허삼관의 고단한 삶을 그려 세계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이 작품은 1990년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0선에 선정됐고 2004년 미국 반스와 노블 신인 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가난한 삶 속에서도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았던 허삼관의 웃음과 눈물을 통해 깊은 인간미가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피를 팔아 살아가는 고단한 삶
허삼관은 성 안에 있는 누에 공장에서 누에고치를 넣는 일꾼입니다. 그의 할아버지와 삼촌들이 사는 마을에서 피를 팔지 않은 남자는 여자를 얻을 수 없습니다. 결혼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건강입니다. 왜냐하면 피를 팔 수 있다는 것은 건강의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피는 힘이고 돈입니다. 19살짜리 근룡이가 말합니다. "여자를 얻고 집을 짓는 돈은 모두 피를 팔아 벌어요. 땅 파서 버는 돈이야 겨우 굶어 죽지 않을 정도니까요."(본문 32쪽)그래서 허삼관은 근룡과 방 씨를 따라 성안의 병원으로 피를 팔러 갑니다. 피를 팔러 가는 날에는 아침을 먹지 않고 몸의 피를 늘리기 위해 '배가 아플 때까지, 이 뿌리가 시큰시큰할 때까지' 물을 마시고, 피를 뽑을 때까지 절대 오줌을 누지 않습니다. 원할 때 피를 팔고 싶다면 결정권이 있는 병원 혈두와의 친분도 매우 중요합니다. 피를 판매한 후에는 보혈과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는 돼지간볶음 한 접시와 데운 황주 두 잔을 꼭 마십니다. 허삼관은 피를 팔아 허옥란과 결혼했지만, 첫째 아들 일락은 친아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허삼관을 중국 남자들에게 가장 나쁜 욕인 "자라 대가리"라고 수군거립니다. 억울해서 속수무책인 허삼관과 방황하는 일락의 모습은 매우 비극적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작가의 풍자와 유머가 빛나 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냅니다. 여러분은 요즘 말로 "웃기고 슬픈(웃픈)" 현실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허삼관 집안이 파탄 직전이 됩니다. 그러나 57일 동안 옥수수죽만 마신 허삼관은 결국 가족을 위해 다시 피를 팔러 갑니다. 분노가 끓어올라 일락을 미워했지만 집을 뛰쳐나간 일락과 함께 돌아올 때는 욕설보다는 따뜻한 부성애를 보여줍니다.
삶의 해학과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책
대혁명이 진행되면서 허삼관의 매혈은 계속되었습니다. 농촌 생산대로 떠났던 일락이 쇠약해진 몸으로 집으로 돌아왔을 때도, 일락의 생산대장이 집을 방문했을 때도, 허삼관은 일락을 살리기 위해, 계속해서 피를 팔고 있었습니다. 그가 피를 팔고 힘없는 몸으로 돌아와 억지로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습니다. 안쓰러운 것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피를 팔기 위해 오줌을 참고 또 참다가 오줌보가 터지는 바람에 몸이 아픈 방 씨, 피를 팔고 쓰러진 근룡이, 간염에 걸린 일락이를 아내 허옥란과 함께 상하이로 보낸 다음 허삼관은 또다시 피를 파러 갑니다. 이들의 매혈기는 위기에 처한 가족을 위해 피를 팔고 사는 삶은 결국 "피를 팔다 죽는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가족을 위해 피를 파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낸 중국작가, 위화 장편 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평생 피를 팔아 가족을 위기에서 구한 속 깊은 아버지 허삼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로, 그 이면에서 삶의 해학과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독자는 허삼관이 피를 팔러 가는 모습에서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생은 가까운 거리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먼 거리에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책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