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3. 12. 12. 20:09

줄넘기 요정, 멋진 줄넘기 기술로 마을을 지켜낸 엘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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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넘기하는 사람들
도서 줄넘기 요정

이 책은 70년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동화책입니다. 사회문제를 동화적 상상력으로 아름답게 풀어내 '대동단결'의 경쾌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맛보게 해 줍니다. 

줄넘기로 언제나 활기찬 마을

캐번 산 아래 글라인드 마을에 버터 바른 빵만 먹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줄넘기하는 아이들로 마을은 언제나 활기가 넘쳤습니다. 특히, '엘시 피더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줄넘기에 타고난 재능을 보였습니다. 여섯 살이 되었을 무렵 엘시의 이름은 캐번 산 모든 마을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일곱 살이 되었을 땜 요정들까지도 엘시의 명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정들도 줄넘기를 좋아했습니다. 요정들에게는 새 줄넘기 기술을 가르쳐 주는 특별한 선생님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요정들은 줄넘기할 때마다 신나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높이 넘기, 살짝 넘기, 깃털처럼 넘기, 길게 넘기, 힘껏 넘기, 모두 함께 넘기!" "천천히 넘기, 발끝 넘기, 꼬아 두 번 넘기, 빨리 넘기, 이어 넘기, 근심 잊고 넘기!" 요정 선생님은 줄넘기 잘하는 요정들을 아주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엘시 피더크가 줄넘기를 제일 잘한다는 소문을 들은 요정 선생님은 엘시를 데려오라고 명령했습니다. 엘시는 한 달에 한 번씩 초승달이 뜰 때마다 잠든 채 일어나 캐번 산으로 가서 요정 선생님한테 줄넘기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일 년이 지나자 사람이고 요정이고 간에 아무도 엘시의 줄넘기 실력을 따라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엘시는 높이 넘기를 하면 곧장 달까지 올라갔고, 빨리 넘기를 할 때는 어찌나 빨리 넘는지 눈에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살짝 넘을 때는 아무도 엘시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천천히 넘을 때는 하도 천천히 넘어서 한 번 뛰었다 내려오는 동안 두더지가 파 올린 흙이 작은 언덕을 만들 정도였습니다. 발끝 넘기를 할 때면 발톱 끝으로 풀잎 하나 건드리는 법이 없었고, 깃털처럼 넘을 때는 바람에 날리는 홀씨처럼 거미줄 위로 사뿐 내려왔습니다. 심지어 근심 잊고 넘기에서는 엘시가 정말로 즐거워하면서 줄넘기를 하는 바람에 요정들도 기쁨에 넘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캐번 산 초승달 맞이 줄넘기 풍습

엘시는 마침내 모든 기술을 배워서 더 이상 요정 선생님을 만나러 갈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정 선생님은 엘시 줄넘기의 나무 손잡이를 핥아 특별한 줄넘기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손잡이 하나는 슈가 캔디, 다른 하나는 아몬드 사탕이 되었는데 아무리 핥아먹어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엘시는 마을에서 줄넘기를 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자기 줄넘기 손잡이를 빨아먹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매달 초승달이 뜰 때면 아이들을 캐번 산으로 데려가서 세상에서 제일 멋진 줄넘기 솜씨를 보여 주었습니다. 엘시 덕분에 캐번 산에서 초승달 맞이 줄넘기를 하는 풍습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엘시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여러 차례 영주가 바뀌고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캐번 산은 옛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초승달 맞이 줄넘기 풍습도 그대로 이어졌고, 사람들은 여전히 줄넘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새로 온 영주가 권력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캐번 산마저 독차지하려고 공장을 짓겠다 발표하고는 아무도 산을 지나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항의하고 싸웠지만 이길 수 없었습니다.

'대동단결' 줄넘기로 마을을 지키다

우여곡절 끝에 마을사람들은 줄넘기를 해서 영주에게 맞서기로 했습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줄넘기를 하되 마지막 사람의 줄넘기가 끝나면 그때 영주가 공장을 지어도 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마을사람들 모두가 캐번 산에 모였습니다. 영주는 멍청한 사람들이라고 비웃으며 여유롭게 줄넘기를 구경했습니다. 사람들은 볼 수 없었지만 요정들도 모두 나와 소중한 놀이터에서 열리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성대한 줄넘기 파티를 지켜보았습니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부터 시작해 제일 나이 든 할머니까지, 모든 마을사람들의 줄넘기가 끝나자 영주는 신이 나서 공장의 첫 번째 벽돌을 놓으려고 했습니다. 바로 그때, 너무 늙어서 금세 부러질 것처럼 보이는 작은 할머니가 나와 줄넘기를 시작했습니다. 백아홉 살이나 된 엘시 피더크였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엘시의 줄넘기는 끝날 줄을 몰랐습니다. 참다못한 영주가 엘시를 잡으려 하자 엘시는 영주의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로 살짝 넘어 빠져나갔습니다. 영주가 마구잡이로 첫 번째 벽돌을 땅에 박았을 때는 '힘껏 넘기!'라고 외치며 벽돌을 밟았습니다. 그 순간 엘시는 순식간에 벽돌과 함께 땅 밑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악에 받친 영주가 엘시를 잡으려고 뒤따라 들어갔습니다. 잠시 뒤 엘시는 활기차게 뛰어 올라왔지만 영주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차를 마시러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높이 넘기, 살짝 넘기, 깃털처럼 넘기, 길게 넘기, 힘껏 넘기, 발끝 넘기, 빨리 넘기···. 지금도 캐번 산에 가면 어린아이처럼 작은 구부정한 엘시 할머니가 잠든 채 줄넘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캐번 산 아래 글라인드 마을사람들이 대동단결한 줄넘기 '필리버스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캐번 산은 아이들과 요정들의 영원한 놀이터로 남아있습니다.

작가 소개

저자 엘리너 파전(1881~1965년)은 어린이 책 작가이자 동시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책을 읽으며 글쓰기를 한 그녀는 1956년 제1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과 카네기상, 1959년 영국 여왕상을 수상했습니다. <줄넘기 요정>은 단편집 <사과밭의 마틴피핀>(1937)에 실린 이야기로, '우리 길에서 줄넘기를 하던 서섹스의 아이들'에게 바쳤다고 합니다. 멋진 줄넘기 기술로 마을을 지켜 낸 엘시와 요정들의 마법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단순히 요정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 가난했던 기억, 산업화에 냉담했던 시선 등을 작품 속에 잘 엮어냈습니다. 잉크선을 그대로 살린 샬럿 보크의 수채화풍 그림은 엘리너 파전의 운율감 넘치는 글과 조화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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