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천재작가로 불리는 로힌턴 미스트리가 인도의 카스트제도와 관련하여 밑바닥 삶을 사는 네 명의 간절한 삶을 그렸습니다. 적절한 균형이란 책 제목은 절망 속에서 삶을 지탱하게 만드는 희망을 역설적으로 표현했고 그 어떤 책 보다 인도의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인도의 내면을 가장 솔직하게
파르시 가문 출신의 마넥은 부모님의 기대 때문에 내키지 않게 뭄바이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게 됩니다. 그러나 무리를 지어 괴롭히는 대학 선배들 때문에 기숙사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어머니의 고교 동창생인 디나의 집에서 하숙하게 됩니다. 신혼 초에 사고로 남편을 잃고 혼자 살아가던 디나는 생활고 때문에 마넥을 하숙생으로 들이고, 불가촉천민 출신의 재봉사인 이시바와 옴프라카시를 고용하여 영세자영업자의 길을 걷습니다. 그러나 가부장적인 인도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독립된 삶을 살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한편, 무두질과 가죽 세공을 하는 가장 천한 계급인 차마르 카스트 출신의 이시바와 옴프라카시는 재봉사를 구하는 디나에게 고용되어 열심히 일하며 불가촉천민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합니다. 그 과정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워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고귀한 인간을 짐승만도 못한 존재로 비루하게 만드는 신분제도의 냉혹한 사슬과 가난이 주는 비참함은 직접 읽어보지 않고는 짐작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됩니다. 과연 신이 있는 것일까 의문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밑바닥 삶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는 네 사람은 너무도 깊이 절망하는 만큼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런 모습으로 의문과 절망의 슬픔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독자를 따뜻하게 토닥이며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절망과 균형을 이루는 희망
거의 900페이지에 달하는 묵직한 이 책은 처음엔 부담감으로 다가오지만 굉장히 흡인력이 강합니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떼어내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인도인의 현실과 간절한 삶을 그려낸 이 작품은 1957년부터 1984년까지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인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네 명입니다. 밑바닥 삶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는 네 사람각자의 간절한 삶을 통해 현재 인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현실을 잘 그려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적절한 균형"이란 "절망 속에서도 끊임없이 삶을 지탱하게 만드는 희망"에 대한 역설적인 표현입니다. 절망에 균형을 맞출 만큼 희망은 충분하기에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지라도 계속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현재 내 삶이 아무리 비루하고 비참하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희망과 절망이라는 적절한 균형이 내 삶 속에 분명히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삶이란 것은 누구 하나 성공하고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살다 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못 생겼다고 해서, 장애인이라고 해서, 가난하다고 해서, 내세울만한 직업을 못 가졌다고 해서도 아니고, 신분, 계층, 계급 등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규정짓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제도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가 돌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로힌턴 미스트리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난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전 세계에 25개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천재 작가, 로힌턴 미스트리
저자 로힌턴 미스트리를 소개할 때 "세계를 사로잡는 천재 작가"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습니다. 로힌턴은 1952년 인도 뭄바이에서 출생하여 뭄바이 대학(수학 학사) 졸업 후 1975년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토론토 대학에서 영어와 철학 학위를 받았습니다. 1983년 첫 단편 <어느 일요일>로 '캐나다 하트 하우스 문학 콘테스트'에서 일등상을 받았고, 이듬해에도 <상서로운 때>라는 단편으로 같은 상을 수상했습니다. 1985년 <캐나다 픽션 매거진>이 주관하는 '연간 기고자 상'을 받은 뒤 전업 작가의 길을 걷습니다. 첫 장편소설 <그토록 먼 여행(Such a Long Journey)>은 정부가 저지른 사기행각에 본의 아닉 말려든 뭄바이의 한 은행원 이야기로 '캐나다 총독상'과 '영연방 작가상'을 수상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두 번째 장편소설 <적절한 균형(AFine Balance)>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소설상'과 '길러 상', '영연방 작가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의붓자식들과 함께 뭄바이에 사는 파르시 과부의 이야기를 다룬 세 번째 장편소설 <가족 문제(Family Matters)>로 '키리야마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세 편의 장편은 모두 부커 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