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화 작가 중 한 사람인 루이스 새커의 장편소설 <구덩이>의 후속작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러 편견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시종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갖추는 게 이 책의 매력입니다. 주요 줄거리, <구덩이> 그 후 이야기, 책이 주는 교훈, 작가 소개 등을 정리했습니다.
뉴베리상 수상작 <구덩이> 그 후 이야기
소년원의 '초록호수 캠프'에서 돌아온 겨드랑이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차근차근 작은 발걸음을 내딛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초록호수 캠프에서 만난 친구 엑스레이가 인기 록스타 카이라 딜리언의 콘서트 티켓을 팔아 큰돈을 벌자고 제안하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옆집 장애 소녀와 함께 카이라 딜리언 공연장에 갔다가 예기치 않은 소동으로 카이라와 인연을 맺게 된 겨드랑이는 화려함 속에 숨겨진 카이라의 외로움을 알게 됩니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겨드랑이를 알게 된 카이라와 겨드랑이 사이에 작은 로맨스가 싹트면서 동시에 티켓을 둘러싼 경찰의 수사망도 좁아집니다. 한편, 카이라의 계부이자 매니저인 엘 지니어스는 카이라의 돈을 독차지하려는 무시무시한 음모를 꾸밉니다. 겨드랑이가 안전하게 작은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요? 이렇게 꼬리를 물고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들과 예상치 못한 전개 등이 루이스 쌔커의 매력입니다. 루이스 쌔커는 뉴베리상, 전미도서상 등을 통해 문학적 업적을 인정받고 있을 뿐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작은 발걸음>은 1999년 쌔커가 뉴베리상을 수상한 <구덩이>의 뒷 이야기로, 초록호수 캠프의 주인공 스탠리의 친구와 또 다른 친구 엑스레이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작은 발걸음>은 초록호수 캠프가 겨드랑이의 과거와 관련해 간간이 언급되고, '스플루시'가 깜짝 등장하는 등 초롬호수 캠프를 떠난 친구들의 안부를 궁금해하던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한편으로는 작품이 <구덩이>와는 독립적인 또 다른 완결된 이야기를 선보이기 때문에 <구덩이>를 읽지 않은 독자도 별 어려움 없이 이 책의 유쾌한 감동을 맛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습니다.
재미와 성장 소설로서의 균형을 고루 갖춰
복잡하게 이어지는 흥미진진한 사건들과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치밀한 구성이 루이스 쌔커 작품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이 작품에서 쌔커는 흑인 전과자 소년과 백인 장애인 소녀의 우정을 다룬 드라마, 인기 록스타와의 로맨스, 경찰 수사와 살인 음모 등 범죄 스릴러 등 언뜻 분리된 듯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담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사건들이 마구 펼쳐지는데도 읽기 자료로서의 순수한 재미와 청소년 소설로서의 진지한 주제의식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짜릿한 사건들 속에서 청소년들이 고민해야 할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심어주는 것이 청소년 소설로서의 이 작품의 덕목입니다. 부모와의 갈등, 이성 친구에 대한 관심,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청소년들의 일상적 고민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우정, 용기,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고민 방향을 제시하는 태도가 돋보입니다.
작은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는 믿음
<작은 걸음>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각종 편견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경직되지 않고 하루 종일 유머러스한 모습을 이어갑니다. "소년원에 가기 전에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나요? 그러면 사회로 돌아가면 인생이 두 배로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당신을 매우 나쁜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고, 그들은 당신을 나쁜 사람으로 대할 것입니다." 소년원에서 돌아온 상담교사의 시원시원하지만 현실적인 겨드랑이에 대한 말은 흑인이자 전과자로서 겨드랑이에서 쉽지 않은 주변 시선을 잘 표현해 냅니다. 장애 소녀 지니를 동정하거나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태도로 상처를 받습니다. 이 작품에서 세이커는 약자를 대하는 이들의 오만한 기준을 드러내면서 우리 사회의 미성숙한 모습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비난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분명한 견해를 전달합니다. 불공정한 사회라는 편견에 개인이 맞서기란 쉽지 않지만, 약자 간의 연대를 통해 작은 발걸음도 내딛을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겨드랑이의 전과를 장애인처럼 보고 지니의 장애를 예전처럼 보는 두 사람이 함께하는 세상에서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은 작가의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삶에 대한 긍정을 보여줍니다. 욕심을 부리거나 서두르지 않고 한 번에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는 작품의 건강한 주제는 작가의 진정성이 녹아있기 때문에 결코 흔한 교훈으로 넘길 수 없습니다.
루이스 쌔커 작가 소개
루이스 쌔커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화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1954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대학 시절 초등학교 보조 교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쓴 <웨이싸이드 학교>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1999년 뉴베리 상을 수상한 작품 <구덩이>를 비롯하여 <웨이싸이드 학교> 시리즈와 <못 믿겠다고?> <개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마빈 레스포스트> 시리즈 등 20여 권의 어린이책을 썼습니다. 그가 미국 아동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의 개인사와 작품 세계를 다룬 책 <Louis Sachar>가 출판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