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인 저자가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독자들에게 새로운 울림을 전해주는 책 <이기적인 유전자>. 특유의 간결한 문제와 생생한 비유 및 논리적인 전개로 과학 서적이 읽기 힘든 독자들까지 빨아들이는 힘이 있습니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단언한 과학자 도킨스는 그의 저서 <만들어진 신>을 통해 신은 없다고 주장해 창조론자들의 큰 반발을 사며 대중들에게도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는 만약 우주의 다른 곳에서 지적으로 뛰어난 생물이 지구를 방문했을 때, 그들이 우리의 문명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맨 처음 던지는 질문은 "당신들은 진화를 알아냈는가?"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인간이 왜 존재하는지에 관해 일관성 있고 조리 있게 설명합니다. 진화론은 '생명에는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등과 같은 심오한 질문에 마주치게 되었을 때 더 이상 미신, 신 등에 의지할 필요가 없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그는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철저한 진화론자입니다. 진화론이 초래하는 결과를 두루 살펴보면서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생물학을 탐구했습니다. 사실상 이 책은 진화생물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리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그러나 결국 인간의 문제를 탐구하고 있으며, 인간만이 지니는 '문화 유전론'을 탄생시켜 관대함과 이타주의의 학습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겨볼 가치가 있습니다.
유전자의 '비정한 이기주의'
도킨스는 장구한 세월 속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즉 성공한 유전자의 성질 중 제일 중요한 점은 '비정한 이기주의'라고 강조합니다. 또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유전자가 만들어낸 기계라고 주장합니다.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해 창조된 '생존기계', '로봇기계'라는 것입니다. 생존기계의 목적은 그 기계를 창조한 주인인 유전자를 보존하고 운반하는 것입니다. 숭고하고 자기희생적인 인간의 번식도 유전자를 존속시키기 위해 프로그램된 행동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자기와 비슷한 유전자를 조금이라도 많이 지닌 생명체를 도와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행동은 바로 이기적인 유전자의 성질에서 비롯된 것이라 주장합니다. 유전자의 세계는 비정한 경쟁, 끊임없는 이기적 이용과 속임수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것은 경쟁자 사이의 공격에서뿐만 아니라 세대 간, 암수 간의 미묘한 싸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유전자는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에 원래 이기적이며, 생물의 몸을 빌려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유전자 이익을 위한 이타적 행동
도킨스는 동물들의 이타적 행동에 관해 많은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이타적 행동 또한 알고 보면 이기적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한, 즉 자신과 공통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이기적 행동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톰슨 가젤은 무리 중에 가장 점프력이 뛰어난 녀석이 포식자의 시선을 자기 쪽으로 집중시켜 높이 뛰는 행동을 보입니다. 이로 인해 다른 가젤들이 먹이가 될 확률은 낮아집니다. 일벌의 경우에도 꿀을 지키기 위해 침입자에게 침을 쏘고 자신은 죽는다는 점, 어미 새가 포식자로부터 새끼를 지키려고 자신이 미끼가 되어 포식자를 유인하는 것 등이 동물들의 대표적인 이타적 행동입니다. 이처럼 생물 개체들은 집단이 아니라 '유전자의 이익'을 위해 이타적으로 행동합니다. 혈연자에게 먹이를 주고 보호하는 '혈연 이타주의적 행동'도 유전자의 이기주의와 다다르지 않습니다. 바로 이러한 관점이 도킨스의 사회생물학이 얻은 새로운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좀 복잡하게 설명하자면, '이타적 행동을 발현시키는 기능을 가졌다고 가정되는 유전자'가 '이기적 행동을 발현시킨다고 가정되는 유전자'보다 자연선택에 유리하고 결과적으로 이기적이라는 관점입니다.
새로운 복제자 '문화유전론'
도킨스는 '그래도 인간의 행동만은 다르지 않을까,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은 맹목적으로 유전자가 하라는 대로 따르지 않고 유전자의 지배를 거역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 지점에서 도킨스의 주목할 만한 학설 하나가 탄생합니다. 바로 유전의 영역을 생명의 본질적인 면에서 인간의 문화로까지 확장한 '밈(meme) 이론'. 다른 말로 '문화 유전론'입니다. 그는 인간의 특유한 문화 속에 모방의 단위가 될 수 있는 문화적 전달자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이 단위의 개념을 밈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로써 문화적 진화를 이해하려는 학문인 '밈학(memtics)'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탄생했습니다. 유전자는 하나의 생명체에서 다른 생명체로 복제되지만, 밈은 모방을 통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복제됩니다. 즉, 밈은 유전적인 전달이 아니라 모방이라는 매개물로 전해지는 문화요소라 볼 수 있으며 자기 복제를 통해 널리 전파하고 진화합니다. 그 결과 밈은 좁게는 한 사회의 유행이나 문화 전승을 가능케 하고, 넓게는 인류의 다양하고 이질적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도킨스는 개개인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관대하게 이타적으로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기 원한다면 생물학적 본성에 기대할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을 경고합니다. 우리는 이기적으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관대함과 이타주의를 '가르쳐'보자고 권고합니다. 우리의 유전자는 우리에게 이기적 행동을 하도록 지시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전 생애동안 반드시 그 유전자에 복종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타적 행동을 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 경우보다 이타주의를 학습하는 것이 더 어려울 뿐입니다. 다행히도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학습되고 전승되어 온 문화에 지배됩니다. 바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관대학과 이타주의를 가르치고 배우며 노력해야 합니다.
저자 소개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영국의 동물행동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이면서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4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출생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를 졸업하고 이 대학교에서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전담하는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이후 뉴칼리지의 펠로로 있습니다. 왕립학회와 왕립문학원의 회원입니다. 또한 '이성과 과학을 위한 리처드 도킨스 재단'을 만들어 대중의 과학적 문해력을 높이는 교육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1987년 왕립문학회상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와 영국의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가 공동 선정한 '이 시대 최고 지성 100인'에 오른 바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이자 저술가로 손꼽힙니다. 그의 저서로는 <확장된 표현형> <눈먼 시계공> <에덴 밖의 강> <불가능한 산 오르기> <무지개를 풀며> <조상 이야기> <만들어진 신> <지상 최대의 쇼> 등 다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