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3. 11. 23. 20:24

언씽커블(The Unthink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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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재난재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타임>의 수석기자 아만다 리플리가 재난재해 현장 생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간의 재난인격을 총체적으로 심도 있게 분석한 내용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안전불감증 사회'

안전불감증이란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유명한 말이었지만 이제는 안전불감증이란 말 자체도 불감해진 지 오래 전인 듯합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씨랜드 화재, 세월호 침몰 등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는 많은 사고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재난 앞에서 우리 사회는 늘 속수무책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뒤에야 반성하고 누가 책임자인지를 질책하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며 관련 법 강화를 외칩니다. 이미 떠난 소중한 생명은 다시 돌아올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처럼 미흡한 대책과 안전시설의 현실을 알면서도 너무 안이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방방재청이나 한국재난연구원 같은 웹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에는 관심조차 없습니다. 재난에 대비한 훈련도 없습니다. 나 자신도 우리 아이들도 재난 시 행동요령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안전불감증을 부추기는 '레이크 워비건' 효과

운전자의 90퍼센트는 자신이 보통의 운전자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또한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이혼할 확률이나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나 해고를 당할 확률이 낮다고 생각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네 명 가운데 한 명은 동년배보다 자신이 젊어 보인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우월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레이크 워비건 효과(Lake Wobegon effect)"라고 부른다. 레이크 위비건은 개리슨 케일러가 지어낸, 미네소타에 있는 가공의 마을 이름이다. 케일러는 그곳을 "여성들은 강인하고, 남성들은 잘생겼으며, 모든 아이들이 평균 이상이다."이라고 묘사했다.(본문 pp76~77)

이 책의 저자인 아만다 리플리는 전 세계적으로 끊임없는 재난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늦은 워비건 효과'와도 직결된다고 말합니다. 결국 이는 자신의 환경이나 상황이 가져올 큰 위험을 무시하고 무시함으로써 대피에 필요한 조치의 지연을 초래합니다. 이는 공포를 피하려는 우리의 뇌와 관련이 있다고 리플리는 설명합니다. 재난에 직면했을 때 뇌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하지만 거부 단계에서 숙고 단계로 넘어가면 이전의 경험이나 훈련을 토대로 조치를 이끌어냄으로써 중대한 순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리플리는 재난에서 살아남은 이들 대부분이 경험과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었다고 말합니다. 일례로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파 사건 이후 8년간 위험한 대피 훈련을 받던 모건스탠리 사원이 9-11 테러 당시 모두 구조됐습니다.

생존자들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교훈

이 책에는 각종 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 다양한 생존자들의 인터뷰가 담겨 있습니다. 생존자들은 재난 대응의 실패와 성공,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모두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기억뿐 아니라 그들의 의식 속에서 일어난 비정상적인 현상과 몸 안에서 일어난 반응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즉, "생존자들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뇌는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자극이 자신의 통제 아래 있다고 판단하면, 극심한 스트레스의 나쁜 영향 일부를 차단했다. 다른 말로, 자신감이 우리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테랑 경찰이자 교관인 마사드 아율은 이렇게 말한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특정한 위기 상황 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는 계획이에요. 그리고 정말로 위기가 닥쳤을 때, 그렇게 할 수 있는 단호한 자세도 필요하고요."(본문 p129)

대처법을 알고 있다고 해서 습관화하지 않으면 재난이 닥쳤을 때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재난이 닥친 뒤에 판단회로를 가동하려 해도 너무 늦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생존시간은 몇 초밖에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재난 정책과 철저한 사전 훈련입니다. 재난을 예측할 수 있고, 재난이 닥쳤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아는 사람이 더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모든 종류의 위험에 대비할 수 없더라도 비상구나 비상계단이 어디에 있는지와 같은 단순한 정보는 재난으로 인한 생사의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재난 상황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상황을 바로 볼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생존자에 대한 분석과 생존의 메커니즘을 통해 생존의 길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재난은 항상 생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를 위협하지만, 이 책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을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손전등을 켜고 차분히 주위를 둘러보는 능력을 길러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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