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3. 5. 9. 20:27

바보 현자의 웃음철학

728x90
반응형

나스레딘 호자의 <바보 현자의 웃음철학>은 책 읽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술술 읽히는 마법이 있습니다. 짧은 이야기 속에 호자의 대답 또한 한 문장으로 짧게 끝나지만 그 안에는 심오한 삶의 지혜가 담겨있습니다. 삶이 무료하거나 복잡하게 느껴질 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해학과 재치가 넘치는 나스레딘 호자의 이야기

만약 당신이 당나귀를 타고 가다가 그만 땅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동네 아이들이 깔깔대고 웃으며 놀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나스레딘 호자(1208~1284)는 재치 있는 대응을 합니다. 나스레딘 호자는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웃지 마, 이 녀석들아. 떨어지지 않았어도 어차피 지금 내리려고 했어." 이 책은 정말 대단합니다. 읽기 쉽고 재미있고 많은 생각의 가지들을 도출합니다. 또한 삶의 깊이를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이 책은 13세기 튀르키예 유머 작가 나스레딘 호자의 웃음 철학을 담은 이야기 모음집. 때로는 어리석은 말과 행동으로, 때로는 현자의 지혜로 세상을 깨우치는 어리석은 현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읽다 보면 호자의 재치와 해학을 통해 여유로운 생각과 지혜로운 시선을 곧 얻게 될 것입니다. 나스레딘 호자는 13세기 아나톨리아, 지금의 튀르키예 지역 가난한 시골의 이맘(이슬람교 교단조직의 지도자)이었습니다. 당시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우울한 사회 분위기를 반전시킨 인물로 모범적인 행동과 인내심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준 지도자였습니다. 그의 단편들은 유머와 재치로 올바른 삶의 길을 제시하고, 동물이나 자연에 비유해 정치적 부패나 사회적 타락을 지적합니다. 문학박사 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외국어연구소 연구교수인 신양섭 씨는 틔르키예 유학 시절의 호자의 이야기에서 호자의 웃음 철학의 핵심이 담긴 이야기만 골라 책으로 엮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준 바보 현자

나스레딘 호자의 이야기는 일곱 부분으로 나뉩니다. 호자, 당나귀, 호자의 재치, 호자의 아내, 호자와 마을 사람들, 호자의 지혜, 호자의 여행, 호자의 선문, 호자의 이야기는 모두 짧은 형식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상황에 대한 호자의 마지막 대답 역시 인생의 심오한 지혜를 담고 있는 거의 한 문장으로 짧게 끝납니다. 마지막 문장은 웃음을 터뜨리거나 무릎을 꿇게 합니다. 때로는 바보 같은 말과 행동으로, 때로는 번뜩이는 지혜로, 세상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준 바보 현자의 일화는 해학과 재치가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날 호자가 식사 초대를 받았다. 호자는 주인집 가족과 함께 꿀과 빵이 차려진 식탁에 둘러앉았다. 정신없이 빵으로 꿀을 찍어 먹던 호자는 빵이 다 떨어지자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꿀을 찍어 허겁지겁 빨아먹기 시작했다. 집주인은 꿀이 곧 바닥날 것 같아 보이자 안절부절못하여 호자에게 말했다. "선생님. 빵 없이 꿀만 그렇게 드시면, 속이 불붙은 듯 타실 텐데요. 괜찮으세요?" 주인의 말에도 호자는 계속해서 꿀을 퍼먹으면서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누구 속이 더 탈지는 하느님이 더 잘 아실 걸세."

어느 날 밤, 호자는 혼자 물을 긷디 위해 홀로 우물가로 갔다. 그곳에서 호자는 우물에 비친 달을 보고 장난기가 발동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에이, 쯧쯧, 달이 우물에 빠졌군, 그럼, 내가 두레박으로 건져 내야지." 호자는 우물 안으로 힘껏 두레박을 던져 넣었지만, 돌에 걸려 빼낼 수가 없었다. 호자는 있는 힘껏 줄을 당겼다. 그랬더니 두레박이 힘차게 빠져나오면서 호자의 등을 때렸다. 그 바람에 땅바닥에 쓰러진 호자는 자연스레 깜깜한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호자는 밤하늘에서 빛나는 달을 보면서 말했다. "휴, 힘들기는 했지만, 결국 달이 제자리를 찾아갔군."

어느 날 시장에서 깃털이 아주 화려한 새 한 마리를 금화 세 냥에 팔고 있었다. 이것을 보고 깜짝 놀란 호자가 옆 사람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 새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비싸게 파는 건가?" 그 사람이 대답했다. "이 새는 앵무새입니다. 사람처럼 말을 할 줄 알지요." 이 말을 들은 호자는 급히 집으로 가서 자신이 기르는 칠면조를 들고 다시 시장으로 달려왔다. 그리고는 칠면조 값을 묻는 사람들에게 금화 다섯 냥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터무니없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 선생님, 칠면조 한 마리 값이 금화 다섯 냥이라니요?" 호자는 가소롭다는 듯이 대답했다. "저 조그만 앵무새도 금화 세 냥이나 하는데?" 사람들이 답답하다는 듯이 다시 물었다. "아휴, 선생님, 앵무새 하고 칠면조 하고 같습니까? 앵무새는 사람처럼 말하는 재주가 있잖아요. 그런데 선생님의 칠면조는 어떤 재주가 있나요?" 호자가 턱수염을 쓸면서 태연하게 대답했다. "저 새가 말을 할 줄 안다면, 내 칠면조는 그것을 듣고 생각할 줄 안다네."

이 이야기에서 호자는 어리숙하지만 귀여운 농담으로 일상을 즐기는 재치를 보여주며, 대화보다는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각 에피소드를 읽을 때마다, 독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러 가지 생각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호자의 재치와 유머로 한동안 웃다가 사색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요.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