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4. 2. 12. 19:20

뤽스 극장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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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스 극장의 연인 책 표지
도서 뤽스 극장의 연인

이 책은 극장이란 공간에서 호감을 가진 두 명의 연인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서로의 마음이 깊어지면서 상대에게 숨겨왔던 '진실'을 밝히며 벌어지는 반전 사건과 결말, 이 책의 묘미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극장이란 공간

영화관의 이미지는 예나 지금이나 연인들의 주된 데이트 장소입니다. 오픈된 장소이면서도 그 어떤 장소에서 보다 밀착하여 앉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불빛은 어둡고 은밀한 분위기를 제공합니다. 이런 공간에 마린도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그런데 마린은 세상이 두렵습니다. 재치 있고 친절한 마티외가 관심을 나타내자 가슴 설레고 좋았지만 한편으론 더 이상 가까이 오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시작됐다는 의미입니다. 어디 사랑이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움직여 주던가요. 그리하여 극장에 왔다가 옆 좌석의 상대와 말문을 튼 마린과 마티외는 이제는 영화보다는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 영화관에 오게 됩니다. 서로에게 끌리는 바람에 그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진정한 영화'를 상영하는 <뤽스 극장>에서 데이트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뤽스 극장의  이벤트

평소 '저급 영화라고 무시하는 상업 영화'를 상영하는 뤽스 극장은 수요일만은 하루종일 '시네 클럽'을 엽니다. 몇 년 간의 끈질긴 청원과 주민들의 성원으로 파리의 옛 영화관을 재현해 내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었던 것입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은 그날은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영화가 끊기는 바람에 두 사람은 말문을 트게 됩니다. 마티외는 마린을 향수 냄새로 알아보았습니다. <벤허>를 상영한 지난주에도 옆좌석에서 같은 향이 날아왔던 것입니다. 향수는 그녀의 할머니가 여러 가지 향수를 섞어서 만들어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향기였기에 주의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더구나 옆좌석의 주인이 아름다운 여성이라면 더 그렇지 않겠습니까. 영화에 집중하도록 설계된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낯선 사람을 인식하려면 시각보다는 청각과 후각이 더 유리할 것입니다.

반전 사건

마린은 마땅한 사람이 나타났는데도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고 고민하며 괴로워했습니다. 큰 상처가 있다는 것만 짐작할 수 있을 뿐 그 이상은 드러내지 않으니 알 수 없었습니다. 마린이 머뭇거리자 마티외 역시 주춤하게 됩니다. 혹시 내가 마음에 안 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기 전까지, 아니 확인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연인들을 괴롭히는 악마로 유명하지 않던가요. 마티외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집으로 초대합니다. 그 역시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그 말을 해버리면 그녀가 그에게 등을 돌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 일로 상대를 속일 생각은 없었지만 그들이 만난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시기를 놓쳤습니다. 그는 그녀를 볼 때마다 항상 가슴 한구석이 개운치 않았습니다. 마린 역시 그와 계속 만나려면 더 늦기 전에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의 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애초에 벽을 치고 그가 다가오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시각장애인이었던 것입니다. 본의 아닌 숨바꼭질 끝에 두 사람은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며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에 안도합니다.

이 책의 묘미

두 사람이 상대방의 비밀을 알아채지 못한 채 그토록 숨바곡질 하게 된 것은 데이트 장소가 캄캄한 극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극장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맺어지기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년 전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마린은, 자신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며 자꾸만 세상과 벽을 치려해서 할머니를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릴 적 사고로 실명한 마티외는, 자신의 삶에 아주 잘 적응하면서 살아가고 있어 마린과 대조적이었습니다. 그는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악 테이프를 녹음하는 일도 하고 있었습니다. 마티외는 사랑으로 마린의 아픔을 감싸주며 치유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고 힘이 넘치는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극장 밖에서 만났다면 그가 다가가려는 순간 그녀는 도망쳤을 것이고 마티외는 그녀와 몇 마디 나누는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책의 묘미는 두 사람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는 순간, 앞에서 등장한 무수한 말들이 새롭게 읽힌다는 데 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이야기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문장이 간결하여 빠져들게 만듭니다. 결말에 이르기까지 좀처럼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합니다. 

저자 소개

저자 자닌 테송은 1948년 프랑스 틀롱 태생으로 모로코에서 외롭고 조용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프랑스어 교사를 비롯해 재단사, 어릿광대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고 현재는 어린이, 청소년, 어른 모두를 위한 작품을 두루 발표하고 있습니다.  1993년 첫 소설 <미친 소녀>로 신인 소설가에게 주는 '샹베리상'을 받았고, <뤽스 극장의 연인>은 1999년 올해의 청소년 책으로 선정되어 프랑스 서점 협회가 주관하는 소르시에르상을 수상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 <투아라마와 푸른 소금의 호수>, <온갖 색깔의 삶>, <분홍고래 100세까지 힐링 그림책 세트-전 6권>, <분홍고래 호나경 그림책 시리즈 세트-전 5권>, <달빛 속에서>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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