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희망이라곤 발견할 수 없는 17살 소녀의 이야기를 현직 고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작가가 명랑하게 풀어냈습니다. 봄날의 서커스 같은 인생이지만 오뚝이보다 꼿꼿하고 당찬 소녀의 이야기와 작가에 대해 소개합니다.
나의 17살 인생은아스라한 봄날의 서커스처럼
벌써 세상을 다 살아버린 것 같다. 삶은 견뎌내는 것이다. 어차피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 누구에게도 의지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약해 빠져서는 살아갈 수 없다. 삶은 감정에 따라 흔들리는 시행착오의 연속. 모든 죽음은 복합적인 거야. 주말이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 먹고 쇼핑하는 스케줄에 옵션으로 영화 한 편쯤 끼워 넣음으로써 문화인인 양 자부하는 부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 ···. 삶이란 이렇듯 아슬아슬하고 아찔한 곡예의 연속 ··· ···. 이상 17세 소녀 차율미의 생각입니다. "나의 열일곱 살은 아스라한 봄날의 서커스처럼 멀어져 간다"라고 느끼는 율미의 가슴을 채우는 것은 슬픔과 허무감뿐입니다. 희망이라곤 도무지 발견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율미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명랑할만한 요소가 없어도 꼿꼿하고 당차게 산다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셨고, 무능한 아버지는 답답한 마음에 일을 찾는다는 핑계로 지방으로 떠나셨습니다. 율미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구하려는 간절한 마음으로 보증금을 꺼내 교회에 바쳤기 때문에 재개발에서 제외된 달동네의 음산한 방에서 어린 동생과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하나뿐인 친구 '산아'마저 오토바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산아의 어머니와 선생님, 학교 친구들은 슬픔에 빠진 율미를 자살 방조자로 여깁니다. 율미는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더 우울하고 위험합니다. 유일한 위안이 있다면 언제든 목청껏 노래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율미의 재능을 가수의 길로 연결시키려 애쓰는 가출소녀 '미쉘'을 만난 것입니다. 정말 가수가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지만 말입니다. 율미의 옆방에 사는 할머니는 상자와 폐지를 주워 들고 겨우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묘한 웃음소리를 내며 율미를 집을 나간 며느리로 착각합니다. 서커스에서 탈출한 원숭이를 자신의 아들로 여기고 정성껏 돌보기까지 합니다. 몸이 아플 때 돌봐주던 율미의 할머니와 아버지가 떠나 빈집에서 위로를 받기도 했지만, 율미는 옆방 할머니와 원숭이와 어울리면 삶이 더 구겨진 것 같아 괴로워합니다. 율미는 할머니, 원숭이 등과 함께 일하며 삶의 고통을 견디고 보살피는 힘을 기릅니다. "삶은 여전히 무력하지만 마음속의 어떤 것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더 이상 삶에 내몰려서는 안 된다는 속삭임"때문입니다. 율미는 매일 학교에 가듯 동네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책과 영화에 몰입합니다. 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면서 자신만의 상황을 견디게 됩니다. 하지만 "삶의 방황과 위협과 고통이 끊이지 않는 날들"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삶은 시공간을 초월하고 누구나 견디고 사는 것'이지만 '봄날 서커스처럼 아슬아슬하고 아찔한 곡예 같은 청춘"과 "외로운 그림자가 서성이는 청소년기"는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순간순간입니다.(작가의 말 중에서)
김혜정 작가 소개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청소년상을 명랑하게 잘 그려낸 김혜정 작가의 성장소설은 '2010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우수 청소년 작가상을 받았습니다. 현직 고등학교 교사의 시각에서 현장에서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홀로 세파를 헤쳐 나가면서도 긍정적이고 발랄한 품성을 잃지 않는 청소년 상을 생생하게 잘 포착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라남도 여수에서 태어난 김혜정 작가는 중앙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1996년 <비디오가게 남자>가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장편소설 <달의 문>으로 '제15회 서라벌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소설집에는 <복어가 배를 부풀리는 까닭은>, <바람의 집>, <수상한 이웃> 등이 있고, 현재 경기국제통상고등학교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