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베트남의 <어린 왕자>로 불리는 작품으로 스웨덴 '피터팬상' 수상작입니다. 주인공 열 살배기 '융'의 순수한 일상을 통해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의 일상과 사랑과 동심을 잃지 않는 융의 하루를 비교하면서 우리 아이들을 위한 행복의 출발이 무엇인지 감상평을 정리했습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 살짜리 아이를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나라 열 살짜리 아이의 하루를 생각해 봅시다. 아이가 학교와 학원에 다녀오기까지 아이가 보는 것, 느끼는 것, 관심 갖는 것, 기대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한번 살펴본다면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교 주변엔 크든 작든 도로가 있고 쉴 새 없이 ㅏ들이 달립니다. 아파트 단지 안이나 복잡한 상가밀집지역에 위치한 학교도 많습니다. 학교 주변은 어린이보호구역, 식품안전구역 등으로 지정되어 아이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지만 대개 획일적이고 삭막한 환경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힘듭니다. 특히, 도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부모들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무엇으로' 키워야 한다는 의무감과 목적의식을 앞세울 수밖에 없다고들 말합니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공부를 강조하고 직업과 연봉을 따지는 것이 당연시됩니다. 물론 아이들이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딱지조차도 문방구에서 산 플라스틱 딱지를 갖고 노는 요즘 아이들, 휴대폰이나 오락기, 텔레비전, 컴퓨터 등 넘치는 첨단기기 속에서 소유욕은 점점 커져만 가고, 차분히 생각하거나 심심한 시간을 견디는 힘은 약해집니다. 아이들은 친구에게 '네네 집 몇 평이야?' '너네 아빠 차는 무슨 차야?'라는 식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누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아이들답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동심은 물리적 정신적 환경에 지배받을 수밖에 없는데 어른들이 아이를 아이답게 돌보지 못한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사랑과 동심을 잃지 않는 아이
베트남 남부의 한 시골마을에 사는 '융'이라는 열 살짜리 남자아이는 향기만 맡아도 그 꽃이 무슨 꽃인지 단번에 알아맞힙니다. 소리만 듣고도 그 소리가 어느 쪽에서 나는지, 심지어 몇 미터 거리에서 나는 소리인지까지 정확히 알아맞힙니다. 아빠와 함께 '마당에 핀 꽃을 눈 감고 알아맞히기'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샌가 다 알게 된 것입니다.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역시, 아빠와 함께 눈 감고 알아맞히기 게임을 자주 했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융은 친한 친구 '띠'를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띠가 집 근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며 비명을 질렀을 때 오직 융만이 그 소리를 듣고 어른들에게 알린 것입니다. 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무엇인지, '나만의 작은 비밀'이 얼마나 나를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지, 그리고 그 비밀을 공유하는 사람과는 아주 친밀해진다는 것도 배우게 됩니다. 키가 너무 작아 엄청 높은 구두를 신고 다니는 선생님을 관찰하다가 선생님을 이해하게 되고 높지 않은 구두를 신어도 선생님이 예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비 오는 날엔 이웃의 훙 아저씨와 마당에서 '비 목욕'을 하고, 누군가 교실에 몰래 작은 선물을 갖다 놓자 융은 물론 학급 아이들이 너도나도 선물을 갖다 놓는 조용한 소동을 벌입니다. 또한 융은 이웃 할아버지를 통한 간접적으로 전쟁의 아픔을 깨닫게 되고, 약장수 푸개 마을로 가지고 온 신기한 약과 물건들에 호기심을 가졌다가 깜찍한 고혹을 치르기도 합니다. 융은 공부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하나 없이 삶을 배우며 행복하게 성장해 갑니다. 사랑과 동심을 잃지 않은 아빠와 마을 어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상평 : 우리 아이를 위한 행복의 출발
<눈을 감고 창을 열면>은 베트남 판 <어린 왕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인공 융이 이야기하는 형식이라서 문체가 아이답게 간결합니다. 열 살배기 아이만의 독특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요즘의 추운 겨울이 알고 보면 봄의 새싹을 품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힘들었지만 따뜻한 시절이 있었지'라고 자신의 삶을 추억하며 살며시 미소도 짓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의 아픔이 지나가면 현재가 바로 훗날의 아름다운 추억이 될 거란 믿음도 생깁니다. 자연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가 되고,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당연했던 그런 시대가 유난히 그리워지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성찰할 시간을 갖게 됩니다. 새로운 물건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풍요로운 우리 사회.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한 개인이 아닌 청년이라는 한 세대 전체가 취업을 포기하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절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아이들은 '숙제는 다 했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그만 놀고 공부해!'라는 잔소리에 시달리며 '돈을 잘 벌어 잘 사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세뇌를 당합니다. 진심으로 아이들이 잘 살기를,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인슈타인은 '나에게 있어 공상하는 일 분의 시간은 실증적인 지식을 흡수하는 천분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아인슈타인에게 부모들이 물었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가 과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인슈타인은 '동화책을 읽히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수학을 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동화책을 읽히세요' 아인슈타인의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결국 어른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아이들이 행복한 것입니다. 행복의 출발은 동심을 잃지 않는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